배임을 의심받는 결재가 올라왔지만 아직 돈이 지급되지 않았거나 등기가 넘어가지 않았다면 처벌이 가능한지부터 궁금해집니다. 배임죄 실행착수는 단순한 검토나 마음속 결심이 아니라, 임무에 어긋나는 행위가 재산상 손해의 위험과 직접 맞닿는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실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도 미수가 문제될 수 있지만, 계획서 작성이나 내부 논의만으로 언제나 실행착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 체결, 지급 지시, 담보 제공, 등기 신청처럼 위험을 현실화한 행동과 그 전후 자료를 시간순으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결과만 보고 실행 여부를 단정하면 책임의 범위를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 준비행위와 실행착수는 임무위배행위가 구체적 재산 위험과 얼마나 직접 연결됐는지로 구별합니다.
- 작위뿐 아니라 의무 있는 사람이 조치하지 않은 부작위도 일정한 요건 아래 실행착수가 될 수 있습니다.
- 결재·계약·지급·등기 자료를 시간순으로 놓고 위험이 처음 현실화된 지점을 특정해야 합니다.

준비 단계와 배임죄 실행착수의 경계를 찾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해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주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입니다. 형법은 배임죄와 업무상배임죄의 미수도 처벌하므로 최종 손해가 현실화되기 전이라도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수 처벌 조항이 있다는 사실과 특정 행동이 실행착수에 이르렀다는 판단은 별개입니다.
실행착수는 임무위배행위의 구성요건을 곧바로 실현하거나 그 실현과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한 행동이 시작되어 재산 침해의 구체적 위험이 생긴 때를 가리킵니다. 사업안을 검토하고 가격을 협상하거나 결재 초안을 만든 사정만 있다면 아직 선택을 되돌릴 여지가 큰 준비 단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 상대방에게 구속력 있는 약정을 하거나 지급·등기 절차를 실행했다면 위험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어느 한 문서의 명칭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행위자가 그 문서 이후 무엇을 스스로 바꿀 수 있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사회 의결이 추가 승인 없이는 취소하기 어려운지, 계약에 해제 조건이 있는지, 은행에 지급 지시가 도달했는지, 담보 설정 신청이 접수됐는지에 따라 같은 ‘승인’도 법적 효과가 달라집니다.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제2매수인과 계약하고 계약금·중도금을 받은 단계의 실행착수를 인정한 사례가 있어도 이를 모든 배임 사건의 공식처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중간 대금 수수라는 외형보다 제1매수인에 대한 등기협력 의무, 제2계약의 구속력과 소유권 침해 위험이 결합된 사안이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부작위 사건은 의무와 위험의 구체화를 함께 봅니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배임죄 실행착수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늦게 보고했거나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부족합니다. 법령·계약·직무분장에 따라 특정 시점에 조치할 법적 의무가 있었고, 그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본인의 재산에 구체적 위험이 생겼다는 연결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0도15529 판결은 부작위 배임의 실행착수를 판단할 때 부작위의무가 발생한 시점과 재산상 손해의 구체적 위험을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의무자가 더 일찍 조치했으면 좋았다는 평가와 형사처벌할 실행착수는 같지 않습니다. 의무의 근거와 이행기, 대체 조치 가능성을 문서로 특정해야 합니다.
가령 채권 보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건이라면 채권 만기, 채무자의 자산 처분 징후, 담보 보강을 요구할 권한, 실제 조치 가능 기간을 맞춰 봅니다. 위험을 알기 전이거나 권한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던 기간까지 모두 범죄 실행 단계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보고받은 시각과 지시 내역, 회의 참석자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위험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기한을 넘기게 했거나 담보 해지를 방치하여 회수가 현저히 어려워졌다면 부작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에도 손실이 나중에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점에 어떤 조치를 했어야 하고 그 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했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재산상 손해는 현실 손실과 구체적 위험으로 나눕니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는 실제 재산 감소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보아 손해가 생길 구체적 위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돈이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무담보 지급보증,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대출 실행, 현저히 불리한 계약상 의무처럼 재산 상태를 나쁘게 만드는 부담이 생겼는지 따집니다.
위험 판단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후 상대방이 우연히 갚았거나 담보가치가 상승했다는 사정은 손해 회복과 양형에는 중요하지만 이미 생긴 구체적 위험을 자동으로 없애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과거 시점의 위험과 고의를 거꾸로 추정해서도 안 됩니다.
형법 제355조의 배임죄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업무상 임무로 범행한 경우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가능성도 있어 이득액을 엄격히 산정해야 합니다.
배임죄 실행착수 단계에서는 기수보다 손해와 이득이 덜 확정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에 적힌 예정 거래가액 전부를 곧바로 이득액으로 보지 말고, 실제 취득하려 한 이익의 내용과 계약상 부담, 담보와 반대급부를 구분합니다. 미수감경은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므로 ‘손해가 없으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안내하면 위험합니다.
계약과 결재의 시간을 한 줄로 재구성합니다
수사기록을 준비할 때에는 의심되는 최종 거래만 떼지 말고 제안, 검토, 승인, 계약, 지급, 등기, 회복조치의 순서로 표를 만듭니다. 각 단계에서 누가 결정권자였고 어떤 자료를 받았는지 적으면 준비행위와 실행착수를 구별하기 쉬워집니다. 이메일은 첨부파일과 전체 대화 맥락을 함께 보존합니다.
임무의 근거는 정관이나 직제뿐 아니라 위임계약, 이사회 규정, 결재한도, 거래 관행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사내규정 위반이 곧 형법상 배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규정을 어긴 행동이 본인의 재산보호 목적과 연결되는지, 행위자가 그 임무와 위험을 인식했는지를 별도로 확인합니다.
피해 회사 측은 계약 상대방의 재무상태, 내부 반대의견, 대안 거래의 조건, 지급·등기 진행기록을 확보해야 합니다. 피의자 측은 당시 받은 실사자료, 반대급부 평가, 의사결정 절차와 위험통제 조치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후 작성된 설명서보다는 거래 당시 생성된 원본 문서의 증명력이 일반적으로 높습니다.
실행착수 시점은 공소시효, 공범 가담 시점과 미수 여부에도 영향을 줍니다. 한 번의 결재로 끝난 사건처럼 보여도 여러 지급이나 담보 설정이 나뉘었다면 행위별 위험과 의사를 따로 보아야 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 판례나 부작위 판례의 문구를 그대로 붙이기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직접 위험을 만든 행동을 특정해야 합니다.
배임죄 실행착수는 내부 계획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실제 손해가 아직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임무에 어긋나는 행동이 외부의 법률관계를 바꾸거나 지급·등기·담보 절차를 움직여 본인의 재산에 구체적 위험을 만든 시점을 찾아야 합니다. 부작위라면 조치할 법적 의무와 이행 가능 시점, 위험에 대한 인식까지 확인합니다. 계약과 결재 자료를 시간순으로 놓고 각 단계의 철회 가능성과 반대급부를 함께 비교하면 준비·미수·기수의 경계를 보다 정확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담 전 정관·직무분장·결재규정과 거래 제안서, 회의록, 계약서, 지급·등기 기록을 날짜순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담보·보증·계약상 부담이 언제 생겼는지와 당시 철회 가능성을 적으면 실행착수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내부 규정 위반과 형법상 배임을 구분하기 위해 반대급부 평가, 위험검토 자료와 의사결정자의 실제 권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