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대출 상담원이 ‘체크카드를 보내면 거래실적을 만든 뒤 2천만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신청자는 비밀번호와 카드를 택배로 보냈고, 다음 날 계좌에 3천만원이 입금됐다가 빠져나갔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조사를 예상했지만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방조 혐의도 함께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통장대여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려면 계좌를 제공했다는 사실 외에 정범의 사기 실행을 돕는 행위와 그에 관한 고의가 필요합니다. 계좌가 범죄에 사용된 결과만으로 고의를 추정할 수는 없지만, 대가·반복성·경고 메시지·인출 협조 같은 간접사실을 종합해 미필적 인식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접근매체 대여 자체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쟁점은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쓰였는가’와 ‘명의자가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쉽게 했는가’를 한 문장으로 합치지 않는 데서 시작합니다.

방조행위와 이중의 고의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사람을 종범으로 처벌하고, 종범의 형을 정범보다 감경하도록 합니다. 판례상 방조는 범행을 쉽게 하는 유형적·물질적 행위뿐 아니라 범행 결의를 강화하는 무형적 행위도 포함합니다. 정범이 실행에 착수하기 전에 장래 범행을 예상하고 도움을 준 경우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방조범에게는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고의와 정범이 사기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고의가 모두 필요합니다. 사기 수법과 피해자의 이름을 자세히 알 필요까지는 없지만, 자신의 통장이 누군가를 속여 받은 돈을 수수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을 인식·용인했는지 살펴봅니다.
‘불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진술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무엇을 불법이라고 예상했는지와 피해자를 속여 돈을 받는 행위까지 인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고의는 간접사실로 판단됩니다
고의는 사람의 내면에 있으므로 대화와 행동을 통해 판단합니다. 대법원 2022도649 판결은 보이스피싱 이용 사실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전달·유통한 행위를 정범의 실행 전부터 범행을 쉽게 한 사기방조로 인정했습니다. 반대로 대출 거래실적을 쌓는다는 설명에 속아 계좌를 제공하고 인출한 사건에서 보이스피싱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별도 판단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의 양도·양수, 대가성 대여·보관·전달·유통, 범죄 이용을 알면서 하는 대여 등을 금지합니다. 이 법 위반은 사기 피해가 실제 발생하지 않아도 행위 자체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기방조는 정범의 사기와 이를 쉽게 한 행위, 방조의 고의가 연결돼야 합니다.
따라서 통장대여 사기방조죄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대여죄가 인정되니 사기방조도 인정된다’거나 그 반대로 단순화하면 안 됩니다. 접근매체를 누가 지배했는지, 대가가 무엇인지, 어느 피해금이 해당 계좌를 거쳤는지, 명의자가 추가 인출·전달에 관여했는지를 죄명별로 나눠야 합니다.
의견서에는 ‘몰랐다’는 결론보다 대출상품 안내, 심사 서류, 반환 약속과 경고를 받은 시점을 배치해 당시 인식이 어떻게 형성·변화했는지 보여 주는 편이 좋습니다.

계좌명의자 조사에서 확인할 자료
메신저 대화는 최초 광고부터 마지막 지시까지 원본으로 보존해야 합니다. 상대가 대화를 삭제했더라도 통화목록, 택배 영수증, 계좌 접속 알림, 금융회사 상담기록과 기기 로그인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스스로 변경했는지, 상대가 원격으로 바꿨는지도 계좌 지배를 가르는 자료입니다.
수사 연락을 받은 뒤 상대에게 ‘대출 거래였다고 맞춰 달라’고 요구하거나 대화를 삭제하면 고의 판단과 증거인멸 우려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객관자료가 부족하더라도 기억을 보완하려고 새 영수증이나 계약서를 만들지 말고, 확인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금 반환과 민사책임의 범위
계좌에 피해금이 남아 있다면 임의로 조직원이나 다른 계좌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금융회사 지급정지와 수사기관의 환부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인출된 경우에도 누가 인출했는지, 자신이 얼마를 취득했는지와 반환 가능한 금액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형사상 사기방조가 인정되는지와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부당이득 반환 범위는 동일한 질문이 아닙니다. 피해금환급 특별법에 따른 지급정지·환급 대상과 실제 환급액도 계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섣불리 전체 피해를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기보다 사건별 피해액과 자신의 행위를 먼저 대조합니다.
초범과 피해 회복의 위치
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 회복에 노력한 점은 처분·양형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기방조 혐의가 사라지거나 특정한 선고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범행 인식, 계좌 수, 피해 규모, 역할, 실제 이익과 수사 태도를 함께 봅니다.

통장대여 사기방조죄는 대여 계좌가 범죄에 쓰인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접근매체 제공이 사기 실행을 쉽게 했는지, 명의자가 그 가능성을 인식·용인했는지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각각 검토해야 합니다. 광고와 대화, 계좌 접속 및 입출금 기록을 시간순으로 맞추면 당시 인식과 관여 범위를 보다 정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통장대여 사기방조죄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계좌 제공 경위와 피해금 입출금 과정을 분리해 정리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일로는 접근매체 전달 자료와 금융거래·메신저 원본을 검토해 방조의 고의 및 행위 범위를 분석합니다.
지급정지된 잔액이나 피해 회복 문제가 있다면 형사책임과 반환 절차를 혼동하지 않도록 대응 방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